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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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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저 빨간날을 기다리는 팍팍한 직장인일 뿐인데
어린이일적도 어린이날은 그저 학교 쉬는 빨간날일 뿐이었는데...
.
어버이날에 그저 맛난것을 먹으며 하루를 보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있는 직장 동료 선생님들이
어버이날은 꼭 해야한다고 얘기를 하셔서
어버이인 그들의 충고를 되새기며 돈꽃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
돈을 주면 꽃집이 저렇게 돈을 꽃아주는가?
나도 모른다.
난 그저 3만원짜리 풍성한 꽃다발을 만들어달라 주문하고
집에 몰래 가져와 일일이 만원을 똘똘 말아 꽂았다.
.
그럼 이제 또 고민이 생겼다.
꽃다발을 한개만 준비했는데
엄마를 줘야하는가, 아빠를 줘야하는가?
사실 이는 쉽게 해결이 됐다.
.
저녁밥을 하기 싫었던 전업주부 엄마는 최근
배달음식으로 저녁을 먹는것에 맛이 들렸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배달음식을 시켰었는데,
아빠는 원체 배달음식을 싫어했던 것...!
그저 최근 참아주고 먹었던 것...!

하필 아빠는 오늘따라 배달음식이 싫다며
물에 밥을 말아먹는 퍼포먼스를 보였고
그렇게 분위기가 쎄하게 저녁식사가 시작됐다.
웃음기 하나 없는 식탁은 숨이 막혔다.
그 옛날 70년대 감옥처럼
맨밥, 물, 김치로만 밥을 먹은 아빠는 5분만에 다 먹고 방에 들어갔고
나도 저녁을 해치우고 재빨리 꽃다발을 들고 나타났다.

아빠를 부르며, 거실에 나타난 아빠 품에 꽃다발을 안겨주니
그제서야 아빠는 환하게 웃음을 지으셨고
엄마도 덩달아 안도한 듯 화목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가정의 평화를 지킨 것은 어버이날인가, 돈꽃인가, 나의 정성인가?
그것은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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