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사하게 되면 의지 되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프리셉터요, 하나는 동기니
그 무엇하나 믿으면 안 된다.
프리셉터란?
내 담당 교육자이자 내 책임자이다.
엄마라고 표현하는 간호사도 있는데 난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멘토 - 멘티처럼 프리셉터 - 프리셉티 관계다.
프리셉터가 붙어 가르치는 기간을 프셉기간이라고도 한다.
누가 프리셉터를 할 것인가는 수간호사가 지정한다.
보통 연차가 많은 간호사를 붙여주긴 하는데
4년 차도 프리셉터를 하는 걸 보긴 했다.
아주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프셉기간의 신규는 걸어다니는 폭탄이다.
언제 어떤 자각 없는 사고를 칠지 모르고
병동의 암묵적인 규칙을 깨고 다니니까.
동료 간호사들은 따스한 눈빛으로 보듬어주면 좋을 텐데
따뜻은커녕 따가운 눈빛으로 본다.
간혹 따가운 눈빛에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럼 신규는 속상하다.
중요한 건 이런 속상한 마음을 집에 가서 허공에 대고 말하거나
간호와 관련이 없는 친구들에게나 이야기해야 한다.
그럼 프리셉터는 어떨까.
난 4년 차 간호사인데 갑자기 수간호사가 부른다. 무슨 일일까?
긴장하며 수쌤 방에 찾아갔는데 글쎄,
나보고 다음 달부터 프리셉터를 하라고 한다.
이게 뭔 날벼락일까.
싫다고 할 순 없으니 일단 알았다고 했는데 한숨밖에 안 나온다.
주변 동료 간호사들에게도 얘기한다.
"저 4년 차 밖에 안됐는데 다음 달부터 프리셉터 하래요 ㅠㅠ"
"다음 달에 제 프리셉티 오는데 어떤 신규쌤 올까요?"
"내 프리셉티 이상한 애 들어오면 어떡하죠?"
신규가 어떤 사람이 내 프셉이될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프셉도 어떤 사람이 내 프리셉티가 될까? 하고 생각한다.
...
프셉기간중 프리셉티가 프셉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프셉의 마음에 들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프셉도 사람이기 때문에 속상한 마음 표현할 수 있다.
다만 그게 동료 간호사가 되면 조금 꼬이지만.
친한 간호사에게 내 프리셉티 이상하고 일 못하고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면
그 친한 간호사는 프리셉티를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된다.
실수를 하는지 안 하는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눈도장이 찍힌것이다.
독립했을 때는 (프리셉티가 교육기간을 끝내고 혼자 일하는 시기)
실수했을 때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네 프셉이 그렇게 가르쳤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되게 하는 마법의 말이다.
제 프셉은 잘 가르쳤지만 제가 멍청이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라고 신규가 얘기할 수 있을까...?
그저 죄송합니다 라고 할 수밖에....
간호사 집단은 좁아서 소문이 퍼지는 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프셉에게도 프리셉티가 한 실수가 당연히 귀에 들어가게 되어 있다.
프셉은 무관심으로 일관할 수 있지만,
프리셉티를 까는 다른 간호사들은 프리셉터의 친한 친구일 수 있고
믿는 선후배이다.
신규간호사들은 너무 프리셉터를 믿지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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